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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합격수기(종로캠퍼스 서정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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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에 앞서서, 이 시험을 준비하며 일상적 불안감과 맞서는 모든 시험 준비생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계속해서 느낀 점은, 무디어지는 시간 감각이 무색하게도 계절만큼은 확고하게 다가오는 시험 날짜를 알려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 이 수기를 읽고 계시는 수험생 분이 어느 계절에서 서있든 만족할 만한 최상의 결과를 만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합격자 중에서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공부 총 시간도 네 달여 밖에 되지 않고 그 기간에서의 공부에 있어서도 정말로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당당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이 다뤄본 통역 지문들의 양적 성취를 인증하며 근면성을 논하는 합격 수기를 쓰기엔 제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저는 제가 이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바, 그리고 마인드 관리 방법과 어찌 보면 편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작은 트릭들을 알려 드리려 합니다. 다시 말해 매우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므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이러한 바를 알려드리는 것은 다만 모든 수험생 분들이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과 통번역을 대하는 태도를 확립하길 바라는 의도입니다.
-1차 시험에 대해 장석민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통번역에 관련된 지식을 사사하실 때에 최대한 편법과 트릭을 지양하고 정공법으로 통번역에 대한 순발력과 자양분을 확립하려고 하십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이러한 여유 있는 커리큘럼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으나 지금에 와서 느끼는 점은 이러한 교육 방식이 외려 학생들에게 스타일의 여백을 남겨주게 되고 만약 해당 학생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여백을 채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확고한 자기만의 글쓰기와 통번역 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원에서 알려주는 지식과 방식은 물론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좋은 기제가 될 수 있으나 자신이 스스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언어적 소양에 알맞는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래는 제가 1차 시험을 대비하여 스스로 세운 원칙과 스킬입니다.
1. 서두 고정 저는 원래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모국어 논술에 대해선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허나 중국어로 문장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서두와 결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그래서 저는 어느 주제에나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서두의 포맷을 몇개 준비해 놨었습니다. 예를 들면-最近在国内舆论场上掀起了有关XXX的热议...... 와 같은 문장으로 서두를 열며 동시에 아래 문장을 어떻게 써내려 갈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2. 외국어는 정확하게, 모국어는 화려하게 이 부분은 다른 합격 수기에도 많이 써져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말 그대로 외국어 논술에 있어서는 실수 방지, 모국어 논술에서는 탄탄한 글쓰기 스킬로 논지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처럼 어렸을 때에 외국어를 배운 학생들이나 해외대학 졸업자들은 자신의 외국어 실력을 과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불필요한 문장의 화려함은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낼 위험성이 있습니다.
3. 배경 지식의 중요성 이번 시험 중 중한 논술의 주제는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가 대학 시절에 관심을 갖고 들었던 정언 논리, 분석 철학과 심리언어학에 대한 지식을 응용하여 적용할 수 있는 주제였고 해당 문제의 답안에서 가점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깊이가 얕은 배경지식을 억지로 적용하는 것에 천착하다 보면 오히려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문장의 구조성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있습니다. 어차피 논술이란 해당 수험생의 언어적 스킬과 연역적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지 잡지식을 얼마나 많이 아는지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배경지식은 물론 어떠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특정 상황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그보다는 임기응변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4. 테이킹에 있어서의 스킬 저는 솔직히 말하면 리스닝이나 단기 기억력이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들은 모든 정보를 글자로 모두 써내려 가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 와중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단연 속기 스킬이죠. 모든 학원들이 알려 주기야 하겠지만 그걸 그대로 따라하기보단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형식논리에서 기본적으로 쓰는 문법 양상과 영어 약자와 중국어를 섞어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원문: 한국과 중국의 정부가 같이 이번 계획을 추진한다.
(Kㅁ&Cㅁ)-x
물론 이대로의 포맷을 항상 사용하기 보다는 임기응변식으로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시간 싸움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외대1차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결국 올바르게 작성된 텍스트의 양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지인 중 악필로 손꼽히는 제가 선발될 정도였다면 외대 심사관 분들께서는 정말로 필체에 상관없이 텍스트 자체만을 살펴 보시는 듯합니다. 본인이 도저히 판독이 불가능할 정도의 악필이 아닌 이상 필체 보다는 컨텐츠에 집중하시는 게 옳을 듯합니다. 이를 위한 꿀팁이 하나 있다면 시험 당일 날 아침 일찍부터 아무 텍스트나 힘을 주어 써 주시면서 굳은 손을 풀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텍스트를 작성하는 동안은 정말로 집중해서 구조를 짜는 시간이 아니라면 손을 쉬지 마시고 계속해서 유의미한 문장을 만들어 내시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6. 출제자 의도 한국의 입시제도, 특히 수능을 겪으신 분들이라면 유리한 부분이지만 전체적으로 예제를 연습하거나 실전에 임할 때에 출제자의 의도를 가늠해보시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논술이든 테이킹이든 해당 문제를 낸 사람의 의중을 생각해본다면 제시된 문제의 디테일을 오독하여 논지에서 벗어난 문장을 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차에서 느낀 바는 대략 여기까지 인 것 같네요. 제가 이 시험을 준비하며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문제가 다 주관식이거나 논술식이라서 정확한 자기 수준에 대한 측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점수처럼 명확하게 자신의 수준, 타인과의 격차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동기부여도 충분치 않고 마음을 잡기도 어렵더군요. 하지만 여느 공부가 다 그런 듯이 근면함이 꼭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근면성이 없는 실력의 향상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시험을 치는 순간까지 의지를 놓지 말고 꾸준히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공고히 하시기를 바랍니다.
-2차 면접에 대해 2차 면접의 형태가 질의응답 부분에서 올해부터 다소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디테일한 부분은 학원에서 알려주는 부분을 따라가거나 다른 후기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제일 중요시 여긴 부분은 저 만이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었습니다. 비록 한중시역에서 실수를 해서 평을 깎아 먹더라도 질의 응답과 중한시역에서 깎아진 점수를 회복하는 것이 주 전략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가진 낮은 목소리나 뚜렷한 딕션과 성조, 군대 갔다 온 티가 나는 각 잡힌 행동 등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면접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실력과 인상, 그날의 컨디션 등등이 임의적으로 변수가 됩니다.
허나 제가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자신감과 공손함 2. 단정함 3. 언변 4. 편안함
몇 가지 개인적인 감상을 말씀 드리자면:
사람은 앞의 인상이나 말보다 시간 상 뒤에 위치한 말과 인상을 더 뚜렷하게 기억한다고 합니다. 칭찬과 비판 중에 비판을 앞에 놓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즉 첫번째 순서인 한중 시역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멘탈을 꽉 붙잡고 그 뒤에서 만회를 하면 자신의 실수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 처럼말이죠. :)
면접대기실의 길고 지루하며 고된 기다림을 면하고 싶으시다면 반드시 시험 신청을 좀 일찍 하십시오.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는 학우와는 같은 시간대에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 순서는 선착순인 것 같습니다.(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면접 대기실에서 괜히 한 글자라도 더 보려고 해봐도 평소 실력에서 비약적인 수준의 발전을 이뤄 내긴 어렵습니다. 되려 자세를 구부정하게 만들고 더 초조하게 만들죠. 그냥 편하게 계시다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몸을 풀고 목소리를 가다듬는 게 더 바른 자세와 당당한 태도를 키우는 데 좋은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풀자면 저는 힙합을 좋아하기에 평소에 외워 놨던 노래 몇 곡의 랩을 주문처럼 읊조리고 대기실을 흔들거리며 걸어 다녔습니다. 노래는 인디고 뮤직의 Indigo나 Flex 등이 있습니다.
제 실력 자체가 아직은 일천한지라 알려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합격을 위해서 지지해주신 부모님과 장석민 선생님, 그리고 4달여 간의 입시 기간 동안 동고동락하며 같이 고생한 우리 스터디 친구들에게 존경과 감사, 그리고 아낌없는 아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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